완초공예는 완초 또는 왕골이라는 일종의 풀을 재료로 자리류, 용기류 등의 공예품을 만드는 민속공예의 영역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풀의 줄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완초공예는 초경(草莖)공예라고도 한다. 완초공예품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중국과 교역 시 없어서는 안될 중요 품목 가운데 하나였고, 왕실 등에서 수요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기능적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아 왔던 것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1960년대에서부터 1980년대까지 완초공예는 합천과 강화 등지에서 농가 부업으로 상당한 각광을 받았었다. 이런 완초공예가 오늘날 벼랑 끝까지 내몰려 더 이상 뒷걸음칠 수 없을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은 책임 소재를 떠나 지극히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풀의 미학, 완초공예 展”은 현재 그야말로 고사(枯死) 위기에 처해 있는 완초공예의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 내는 계기를 마련하고, 동시에 향후 완초공예의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기획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지난 “박의 부활, 화려한 변신 展”과 기획의 맥을 같이 하는 것이며, 이른바 ‘민속공예 부활 프로젝트’ 전시 부문의 두 번째 시도로 이해하여도 좋을 듯 싶다.
공예는 미(美)와 용(用)의 가치를 모두 추구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한 쪽으로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어느 한 편을 완전 배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을 강조하려는 경향과 쓸모를 중시하는 경향은 분명 존재한다. 편의상 예술공예와 생활공예라고 부른다면, 완초공예는 대부분 생활공예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예술공예로서의 완초공예”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상원미술관 소장 작품 외 “생활공예로서의 완초공예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것들은 공예 디자인 전문 상원미술관에서 자체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연구 개발한 문화아트상품들이다.
완초공예는 풀로 엮어내는 작업이므로 조화와 균형이 생명이다. 무더위로 삶의 중심을 잃기 쉬운 요즈음, “풀의 미학, 완초공예 展”을 통해서 풀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또한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려 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기 완초공예품들은 상원미술관 소장품으로서 일본 NHK 방송에서 “풀의 미학”이라고 극찬해 마지아니하였던 바로 그 작품들이다. 작가인 상원 남상교 님(전 한양대학교 교수)은 “예술공예로서의 완초공예”의 개척자이자 현재 이 분야의 거의 유일한 작가일 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 “생활공예로서의 완초공예”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이다.
완초공예가 과거의 영화(榮華)를 뒤로 하고 쇠퇴일로(衰退一路)의 거의 끝에 와 있는 데에는 현대인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까닭이 큰 몫을 차지한다. 따라서 완초공예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바이다. 위의 전시품들은 상원미술관의 자체 브랜드인 문화아트상품들로서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들이며, 서경대학교 남현우 교수의 완초공예 제품디자인의 결과물들이다.
문의: 02)396-3185(상원미술관)